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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1일의 사과(apple)

JJMOM 일상

by 더블제이맘 2020. 11. 20.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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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특별히 추억할 날들을 우리는 기념일이라고 하지요.

기념일엔 어떻게 보내길 좋아하시는지요?

얼마전 11월 11일도 마케팅의 일환으로 탄생되었어도 어느새 모두가 즐기는 기념일이기도 했지요.

특별히 좋아하지 않아도 한두개라도 사서 주거니 받거니 하게 되는 날인 것 같습니다.

 

제게는 11월 11일에 얽힌, 그래서 앞으로도 두고두고 기억날만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대학생이 되고 첫 11월 11일, 평소와 다를바 없이 수업을 듣는 일상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당시 남자친구와도 연락은 주고 받았지만 특별히 수업이 모두 끝나면 만나서 무언가를 하자는 얘기는 오고가지 않았기에 별 생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스무살 어린 마음에 기념일 아닌 기념일이라 친구들과 뜻밖의 당분섭취를 하며 조금 들떠있긴 했지만, '꼭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생각은 없었기에 수업이 끝나고 기숙사로 향하던 찰나였나봅니다. 잠깐만 그 자리에서 기다려 달라는 갑작스런 남자친구의 얘기에 '오늘 하루종일 만나질 못해서 잠깐 얼굴이라도 볼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으로 문앞을 지나던 친구들과 인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두 팔이 묵직해집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커다란 택배상자 크기의 예쁜 박스에 한가득, 온갖 종류의 11을 상징하는 과자를 잔뜩 담아 안겨주고는 간다는 인삿말과 함께 바람처럼 사라지더군요. 

예쁘고 커다란 박스, 가득 담긴 11자 모양의 과자들, 가쁜 숨을 몰아쉬던 남자친구가 잠시 머물던 때의 공기, 스무살 말랑한 여대생 마음이 핑크핑크 해질만한 모든 조건을 갖추었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혹시 여대생들의 패션코드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고계시려나요. 요즘의 여대생들은 많이 실리적이고 효율적으로 패션코드들을 활용해 가방과 전공서적들이 별개가 아닌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만, 당시의 저는 가방과 책은 별개의 아이템이었습니다.

가방에는 최소한의 필요한 물건들만 담고, 책은 죄다 안고 다녔지요. '저 여대생입니다!' 하듯이 말이죠.

그리고 그 로맨틱한 순간에도 9시부터 6시까지 풀강의가 끝나고 난 이후여서 팔 안에는 이미 전공서적만 두권이 있는 상태였습니다. 전공서적은 보통 300페이지 이상의 두께를 자랑하지요.

거기에 과자가 가득 들어있는 커다란 상자를 들고, 등산에 버금가는 기숙사까지의 거리를 걸어가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너무 무겁고 힘들어서 다 버리고 가고싶었지만, 도저히 그럴 수 없어서 11월 차가운 가을바람에도 굉장히 더워하며 기숙사에 도착했던 기억이 납니다.

과자들도 물론 다 먹었습니다. 당시 남자친구가 공부하던 건물과 제가 공부하던 건물도 교정의 정반대에 위치해있기에, 박스를 들고오느라 발갛게 상기된 얼굴이 한개씩 꺼내어 먹을 때 마다 떠오르더라구요. 그 과자들을 다 먹는데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는데, 그 때마다 생각나게 하려던 전략이었던 것도 같습니다.

 

그 과자상자를 어떻게 들고 갔었는지 몰랐던 당시의 남자친구이자, 지금의 JJDAD와는 이 에피소드가 매해 11월만 되면 나누는 추억이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제 팔뚝은 그때의 과자상자가 큰 몫을 했다며 웃곤 하지요.

그래서 그 이후로 저희 사이에서는 11자 모양의 과자는 이야기소재로만 주고받았지 실물거래가 되어온 적은 없었습니다. 대신 초컬릿, 술(!) 등의 실리적인 아이템들이 대체되어 왔는데 이번 11월 11일에는 JJDAD의 손에 들려진 박스가 십수년전의 기억을 되돌리더라구요.

혹시, 설마 ? 하던 제 오해를 눈치채고 서둘러 박스를 오픈하는데 어디선가 많이 본 사과가 보입니다.

 

 

유명한 마이너스의 손이기도 하고, 기계는 욕심이 없어서 '응~그렇구나' 식의 반응을 했던 맥북을 실물로 영접하니, 가히 한입 베어먹은 사과가 왜 그리도 유명한지 알 것도 같았습니다.

한때 아이팟과 아이폰 유저였던 기억을 더듬어 어렵사리 바탕화면까지는 도달했습니다만, 버튼 위치도, 마우스 조정방식도,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사용하는 것 까지 다 달라서 아직도 버벅대는 중입니다.

 

 

패드에 뜨는 이모지에 또 어찌나 놀랍던지요.

당시 저의 반응은 과장 조금 더 보태어 호모사피엔스가 접한 맥북 같았습니다.

 

놀라움과 당황스러움의 연속을 딛고 맥북으로 새로운 글을 업로드 하고 싶었던 제 야망(?)은 결국 오늘까지 이어졌고, 이대로 가다간 2021년에 업로드 하게 될듯 하여 결국 삼성에서 만든 랩탑으로 드래프트를 마무리 중입니다.

 

결론은, 랩탑은 아주 좋은데, 어떻게 쓰는지 고견을 나누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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