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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JJMOM 일상

by 더블제이맘 2020. 9. 10. 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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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제목에서 떠오르는 음들이 있으셨나요?

변진섭씨의 희망사항이라는 곡에 나오는 가사의 일부분인데, 같은 곡을 떠올리셨는지 궁금합니다.(옛날사람 인증)

밥을 먹어도 배가 안나오는 축복받은 유전자를 소유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확실히 저는 아닌듯 합니다), 청바지가 잘 어울리는 분들도 참 많이들 계신 것 같습니다. 

JJMOM도 한때 청바지 매니아였습니다.

평범하고 무난한 줄 알았던 저의 10대는 까탈스러운 사춘기와 꽤나 중증의 중2병 증세가 난무했었음을 아이를 키우며 깨달았습니다. 그런 저의 까탈스러움은 유난히 청바지만 고집하는데에도 나타났었나 봅니다. 잘 어울리는지의 여부와는 관계없이, 그저 청바지와 흰색 티셔츠의 조합에 집착했었는데, 일단 고민의 여지가 없고 가장 기본적인 매칭이라 어디에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 큰 장점이지만 그 당시에는 아마 예쁜 모델 언니들이 입었던 청바지 광고에 꽂혔었나 봅니다.(부끄러운 과거는 기억하지 않는 서타일)

 

넌 화장 안해도 예뻐

"타이밍"을 알아차리기란 쉽지 않지요.

화장하지 않아도 정말 예쁜 그 때가, 정말 그 때인지 알기란, 정말 어려운게 아닐까요. 

학창시절엔 운동하는 걸 좋아했고, 이런 저런 꾸미기에 관심이 없어서 청바지와 흰색 티셔츠를 고집했던 제 눈에도 졸업사진이나 소풍이라도 가는 날엔 다채로운 색조화장과 머릿결 한 올마다 살아숨쉬는 헤어제품에 소풍날에도 잊지 않은 뾰족구두까지 챙겨신은 친구들은 마냥 예뻐보였습니다. 화장품은 대체 어디서 사는지, 너튜브도 없던 시절 엄마가 가르쳐주셨을리 없는 화장법은 대체 어디서 배우는지, 헤어스타일들은 또 어쩜 그리 잘 만지는지, 옷과 구두는 대체 어디서 사는건지 등등, 그저 신기하고 대단해보이기만 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 저희를 보시던 선생님들은 고개를 절래절래 내저으시거나 한숨을 쉬셨던 것 같습니다.

시간은 쉬지않지요. 어느덧 그 때 선생님들의 한숨이 이해가 되는 나이가 되었네요. 그렇게 때가 되니 알게되는 그 때만의 아름다움이 있는데, 그것을 알게된 시차가 자그마치 강산이 두번 바뀔법 합니다.

코로나사태 이전의 초등 고학년 교실에서는 메이크업 가방을 방불케 하는 파우치를 소유한 여학생들이 절반이 된다는 초등 선생님들의 걱정 가득한 얘기는 또 어찌나 놀랍던지요. 저도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것이지만, 존재가 빛을 발하기 시작하는 시기에 제 색깔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기도 전에 빛을 덮고, 가리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었습니다.

 

 

 

 

제일 어려운 기본

청바지 사랑은 첫째아이를 낳기전까지 이어져왔습니다.

첫째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아이를 출산하고나면 임신전의 몸을 되찾을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태교서적과 육아서적을 통해 접했던 출산 후 몸의 변화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그렇게 20년을 넘게 지속해오던 운동을 완전히 그만두게 되는 운태기에 접어들었는데, 그 운태기라는게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올 수 없는 늪 같기도, 넘을 수 없는 벽 같기도 합니다. 벌써 6년째 운태기가 지속되고 있는 지금은 청바지를 전혀 못입고 있습니다. 임신과 출산을 거듭함과 동시에 세월이 스쳐지나가면서 남긴 흔적은 보이지 않아도 선명하게 남은 것 같습니다.

어른들이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너흰 화장안해도 예뻐." 같은 고리타분한 얘기를 하게 되는 건, 생애주기마다 빛나는 아름다움이 달라서이기도 하지만, 특별히 꾸미지 않아도 예쁜, 제일 어렵다는 기본에 아무런 거리낌없이 충실할 수 있는 때는 유한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그 기본에 충실하려면 아마 매일 두시간씩 웨이트를 6개월 동안 꼬박해도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시간을 달리는 만큼, 우리는 경험과 노련함을 얻지요. 대신 그만큼 기본에서는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본에 충실하려면 그만큼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해야하는 것이 참 아이러니 합니다.

마치, 가장 기본적인 패션아이템인 청바지와 흰색 티셔츠를 멋지게 소화하려면 예전엔 굳이 만들어두지 않던 시간을 따로 만들어서, 운동이라는 에너지를 더 보태야하는 것 처럼요.

입지 못하는 숱한 청바지들을 정리하며 물끄러미 바라보다 문득 지금의 스스로에게서 가장 자연스러운 빛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나간 타이밍을 아쉬워하기 보단 지금 맞는 타이밍을 찾는게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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