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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먹고 갈래요?"

JJMOM 일상

by 더블제이맘 2020. 8. 26.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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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하루는 생각보다 바쁘고 쉴틈없이 흘러간다는 것을, 엄마가 되고나서야 알게되었습니다.

멀티테스킹에서 능한 타입이 아니다보니 티비를 켜두고 집안일을 한다는 것은 저에게 불가능한 일이여서 한번에 한가지의 일만 해오다가 직장생활 만큼의 연차가 되니 이제 빨래를 정리할 때는 영상물을 "청취"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스스로는 일취월장했다고 생각해오던 찰나, 어제 밤늦게 빨래를 개키다가 우연히 아주 흥미로운 너튜브 영상을 듣게 되었습니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국적의 사람들에게 한국에서의 일상적인 면면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는 영상물이었는데요. 개키던 빨래를 멈추고 잠시 영상을 시청했던 부분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영상출처: 유튜브채널 코리안브로스

 

 

JJMOM의 연애시절은 알콜과 안주가 가득하지만, 어느정도 관계가 진전되고 난 미혼의 남녀 사이에서 썸을 종식시킬 법한 유명한 구문이 있지요?

"라면 먹고 갈래요?"

그런데 그 문제의 대명사, "라면"이라는 것에 대해 의문을 가져본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것도 신기하지요? 그게 문화의 무서운 부분인가 봅니다. 그런데 왜, 정말 라면일까요?

떡볶이와 튀김세트를 먹고 라면사리를 넣어먹는 민족이여서 일까요?(그렇지만 라볶이는 언제나 옳습니다.)

 

라면의 상징성

아주 예전에, 그러니까 이렇게 물가가 오르기 전에 500원 동전으로 동네 슈퍼에 가면 뭘 사먹을지 한참을 고민하게 만들던 시절부터 라면은 아주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대체식품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으로, 가성비 대비 최고의 포만감과 만족스러운 맛을 주는 정말 놀라운 음식이지요. 라면물을 올려놓고 끓는물에 라면스프를 투하했을 때 수증기를 타고 퍼지는 특유의 향기는 한때엔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게 만들 정도로 냄새부터 끝내줍니다. 하루에 세번 먹는 식사이든, 출출해서 먹는 야식이나 간식이든, 라면은 어느 자리에 누워도 환영받는 존재였고 여전히 그런 향수와 존재감을 자랑하나 봅니다.

 

너와 나의 코드

아주 대중적이지만 그 안에서도 호불호가 갈리지요. 특히 라면 좀 드셔봤다는 미식가들 사이에는 선호하는 라면 제조회사도, 맛도, 끓이는 순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썸 타는 남녀가 라면을 먹고 가게 되었다면, 그런데 수납장에서 꺼낸 라면이 상대방도 좋아하는 라면이라면, 그 때의 희열은 또 얼마나 짜릿할까요? 

그 반대여도 라면의 기호성에 따라 상대방의 식성에 대해 시사하는 바는 크지요, 적어도 진심으로 신경을 쓰는 상대라면요.

떨어지는 낙엽으로도 얘기할거리가 투성이인데, 제조회사와 이름이 이렇게 다양한 라면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대화를 통해 세분화해가면 퍼즐처럼 조각이 맞아지는 부분이 생기거나, 전혀 몰랐던 부분을 알게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 <봄날은 간다>

 

 

"라면 먹고 갈래요?"

영화의 대사이기도 하지요. 그 영화를 패러디하면서 대중화된 문장이 첫 시작입니다.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이 문장이 어느 영화에서 나왔는지, 누가 이 대사를 했는지 정도는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JJMOM은 JJDAD가 건축과학생이던 시절에 좋아하는 영화를 함께 보자는 제안으로 같이 봐서 어렴풋이(?!) 알고 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대사가 가지는 힘은 더 강해지더군요. 영화가 가진 힘과, 배우의 전달력, 그리고 시대의 흐름이 잘 맞아떨어진 경우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고등교육이 보편화되면서 부모님의 집에서 물리적으로 독립되어 생활하는 젊은 청춘들이 증가해 온 요즘까지, "라면 먹고 갈래요?" 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해지면서 더욱 대중적이 된 것 같습니다.

 

사람의 성격과 성향을 결정짓는 주요 원인 중에 환경적 요인을 결코 무시할 수 없듯, 우리네 사고방식에서 문화가 자리하는 부분은 생각보다 큰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문화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록 더 힘이 세지고, 오래 견디지요. 

결국 우리는 함께여야 힘이 세지고, 오랫동안 길을 걸을 수 있나봅니다.

우리 간의 거리를 넓히는 일은 어서 빨리 종식되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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