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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공감하고, 엄마는 울었던 [동생이 생긴 너에게]

JJMOM 육아

by 더블제이맘 2020. 5. 1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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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마음은 둘째가 태어나는 날, 분만실에서까지 유효했다.

길고 길었던 진통이 아닌 시원다못해 묵은 체증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자마자

배가 아니라 가슴이 따뜻하고 묵직해지면서 둘째아이가 안겨드는 순간,

그 시간들은 "너를 만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너희를 만나기 위한"으로 바뀌었다.

둘째는 사랑이라는 말을 실감하기 시작한건 생후 한달 무렵이었다.

겨우 40개월을 넘긴 첫째아이는 왜 그리 어른같던지. 첫째가 등원하면 하원하는 순간까지

둘째를 품에서 놓아주지 않았다.

첫째가 컴백함과 동시에 첫째 눈치를 봐야했으니 충분히 사랑을 못받는 것 같은 둘째가 짠했었다.

 

엄마는 동생만 사랑하나봐.

 

저 말이 첫째 입에서 나오는 순간, 이렇게 훅 들어오는 어퍼컷이 또 있을까 싶었다.

행여나 상처받을까 눈치를 보고, 집에 있는 동안은 절대적으로 첫째가 태양같은 존재였고

나머지 가족구성원들은 태양을 중심으로 도는 행성같이 움직였는데

도대체 왜, 어디서 문제였을까?

점점 말을 조리있게 하게 되면서부터 서운한 감정이 쌓였던 것들을 말로 표현하기 시작한

첫째아들의 마음을 들어보니 분명 엄마아빠가 헤아리지 못한 부분들이 존재했다.

엄마아빠가 완벽하게 채워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해주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에,

동화책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저 페이지는 정말이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체한 것이 아니라 임신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첫째아이에게 알게 모르게 옷을 혼자 입는 법,

옷을 제자리에 두는 것 등을 알려주었더랬다. 그런데 그게 엄마만 알게모르게였지 본인은 다 알고 있었단다.

'이런걸 왜 해야하지?' 라고 생각할 무렵에 엄마가 형아가 될 것이라고 말해줬다는 첫째아이의 얘기에

괜히 타이밍을 탓해보기도 했다.

 

 

 

 

아이의 기분을 어찌 그리 잘 풀어써냈는지.

첫째아이는 깊이 집중했고, 읽어주는 엄마는 목이 메이기 시작했다.

그간 알지 못했던 첫째아이의 시선과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와 미안함으로 스러져내렸다.

스스로 주문이라도 외는 듯 동생을 쓰다듬으며 "내 하나뿐인 동생"이라고 하던

첫째아이의 고사리 손과 엄마 품에 안기고 싶지만 이미 먼저 차지하고 있는 동생이 있어서

엄마 옆에 앉아 기대어 있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곤 하던 첫째아이의 정수리가 따끔하게 떠올랐다.

누가 큰일을 당한 것도 아닌데 눈물은 어찌 그리 차오르던지. 아이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목소리를 다잡아가며 나머지를 읽어내려가는 일도 보통이 아니었다.

 

 

 

 

 

 

따뜻하고 마음을 다독여주는 이야기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낭독하는 엄마는 통곡할 뻔한 울음을 참아내느라 가스불에 올려둔 음식을 핑계로

몇번이나 자리를 피했는지 모른다.

마치 본인 마음을 글로 옮겨놓은 듯한 이야기에 첫째아이는 몇번이고 다시 읽어달라고 조른다.

예정된 치과치료를 핑계로 더이상 낭독할 수 없던 책을 잠시나마 피할 수 있었던 것이 어찌나 고맙던지.

첫째아이의 치과치료는 예정대로 둘째아이가 아빠와 함께 있기로 하고 엄마만 동행했다.

시국이 시국인 것도 있었으나, 첫째아이에게서 들을 이야기가 많았다.

그리고 혼자 엄마 무릎에 앉혀두고 다독이며 예뻐해줄 부분도 많았다.

또래에 비해 큰 편이여서 오해를 많이 사긴하지만 첫째아이는 아직 엄마의 사랑만이 필요한 어린아이기에,

엄마 품에서 한참을 재잘거리고 나서야 조금은 동생을 대하는 모습에서 여유가 보였다.

동생을 맞이하고 있는 모든 첫째들과 그 부모들이 한번쯤은 꼭 함께 읽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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