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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괜찮지 않지만, 그래도 괜찮다 [나를 사랑하는 일에 서툰 당신에게]

JJMOM 책장/JJMOM네 어른책

by 더블제이맘 2020. 5. 10.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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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디선가 봤던 영상캠페인이 있었다.

가상의 회사에 이력서를 낸 지원자들과 역시 가상으로 이뤄진 직무면접에서 인터뷰어는 묻는다.

24시간, 특별한 휴식시간도 없이 예상치 못하게 주어지는 임무들을 수행하는 직책인데, 할 수 있겠냐고.

인터뷰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워라밸', '욜로' 가 중요한 요즘 세상에 저런 직책을 제안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이 도대체 존재는 하냐는 표정들.

그리고 인터뷰어는 말한다, 그 직책은 바로 "엄마"라고.

우리나라의 어버이날과 같은 기념일을 위한 영상캠페인이었는데 꽤나 인상이 깊어서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난다.

게다가 그 일을 직접 하고있으니, 이젠 아주 뼈에 사무칠 지경이다.

그런데 그 일을 한지 6년째 되는 요즘, 활동은 지극히 제한되어있고 아이들의 요구사항은 성장하는 집안에서 엄마라는 역할에 몰두하느라 100일이 넘도록 나를 돌아볼 시간이 없었던 나는 15분 남짓한 샤워시간이 유일한 도피처가 되어있었다.

그러다보니 유일한 즐거움이었던 글쓰기와 글쓰는 공간인 블로그는 점점 스트레스가 되어가고 인풋 없는 아웃풋은 몇 년째 가뭄인 땅처럼 사막화가 진행중이었다.

 

 

토닥토닥

전투육아로 점점 전우애가 돈독해지고 있는 신랑도 있고 토끼같은 새끼들도 있는데 대체 왜 그러냐고 할 수도 있겠다. 호강에 겨웠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모두에게 사실은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타인에 내게 해주는 위로, 그리고 내가 나에게 해주는 위로가.

위로가 필요한데 사회적 거리두기는 다시 심각해지는 양상이라 위로를 위한 소통 대상을 책으로 정했다.

책장에는 책이 가득한데 책 제목들에서 그간 내가 얼마나 나를 위로하는 일에 소홀했는지 극명히 드러났다.

겨우 몇 권을 찾았고 오늘은 [나를 사랑하는 일에 서툰 당신에게]로 정했다.

 

 

 

 

각자의 이야기

사람들과 직접 만나 얘기하다보면 나름대로의 고난과 역경을 겪지 않았던 사람이 없고 각자의 독특한 이야기들이 개개인을 형성해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 나름의 배경과 이야기들은 어찌 그리 다들 개성있는지, 그런데도 심리학 관련 책을 읽다보면 "어? 이거 내 얘긴데?" 할때가 많은 것도 참 신기하다.

책을 읽어내려가며 "어머! 이건 내 얘기야!" 하고 형광펜으로 열심히 줄을 그어가면서 깨달은 점은, 아무리 테크닉을 연마해도 기본기에 충실하지 않으면 그 테크닉은 아무 쓸모가 없겠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집에 있으면서 점점 감정에 충실해지고 엄마라는 역할을 수행해내기 버거워지면 진통제를 찾듯 급하게 육아서를 찾아읽었더랬다.

그런데 그 육아서는 정작 내가 괜찮지 않으니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것과 다름이 없었다.

어떤 육아 테크닉과 훈육법 보다 중요한 것은 엄마가 괜찮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책장이 넘어갈 수록 나는 괜찮아지고 있다고, 위로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괜찮다, 다 괜찮다.

완벽해 보이지만 완벽하지 않다.

누구나 그러하고 모두가 그러하다.

멀쩡해 보이는 겉옷을 입었다고 마음까지 멀쩡할 수 있을까.

나만 힘든건 아니지만 징징대지 않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좀 더 테크니컬하게 징징대는 법을 터득하는 것이지 않을까.

꼭 누군가에게 내 감정을 털어놓는게 아니라 내가 내 감정을 알아차리고 토닥여 주는 것.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야하는 지금, 스스로를 토닥여주며 내실을 다지기에 적절한 타이밍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하기에 딱 알맞은 책, 1시간의 시간과 밑줄 그을 펜, 작은 노트만 있다면 잠시 나를 토닥여주고 가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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