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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누가 잘 자라나, <버섯 키우기>

JJMOM 육아

by 더블제이맘 2020. 9. 16.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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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간의 6세와 3세 아들 둘의 가정보육이 잠정 휴무에 들어갔습니다.(드디어!)

3세인 둘째는 아직 단체생활을 시작하지 않은 단계여서 사실 가정보육이랄 것이 없지만, 6세인 첫째의 경우에는 2년간의 단체생활을 일시정지 당했었습니다. 그런데 시국의 영향이기도 했으나, 가정보육을 해보니 탈탈 털리는 주양육자의 멘탈과 건강만 잘 잡을 수 있다면 아이들에게는 잃는것만 있지는 않았습니다.

워낙 정반대의 성향을 갖고 있는 형제 간이라 가정보육 초반에는 피바람이 불었었죠. 정말 거짓말 보태지 않고 5분에 한번씩은 서로 주먹을 주고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 안에서 질서를 찾는데에 2개월 정도가 걸렸는데, 양육자 두명이 모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초반 에너지를 많이 아낄 수 있었던 것도 가정보육을 장기화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던 것도 같습니다. 그렇게 장기화된 가정보육 후 오늘 첫 등원을 했던 첫째아이의 유치원에서 등원한지 3시간 만에 연락이 왔습니다. 워낙 오랜만에 등장한 아이의 단체생활이라 선생님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것도 한 몫 했었나봅니다. 통화내용은 "아주 잘 있으니 걱정마세요." 였습니다만, 사실 양육자 입장에서 걱정이 전혀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홀가분함이라기 보다는, 정반대 성향의 동생과 8개월간 갈등-조정-평화의 기간을 거치면서 서로 많이 배웠다는 사실을 관찰자인 엄마 입장에서도 피부로 와닿았거든요. 

그렇게 아이들은 엄마와 아빠도 모르게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는 것을 새삼스레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되었는데, 저희 집에는 아이들처럼 엄마와 아빠 모르게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는 것이 또 있습니다.

 

혹시 바로 전 포스팅에서 외로운(?) 자태를 뽐내던, 사연많아 보이는 버섯을 기억하시는지요?

 

2020/09/12 - [JJMOM 일상] - 골고루 먹이고 싶은데, <유아식단 - 소야볶음밥>

 

골고루 먹이고 싶은데, <유아식단 - 소야볶음밥>

요즘 시국에 최고 효도는 면역력이라고 하지요. 이럴 때 일수록 아이들이 아프지 않고 잘 지내주는 건, 정말이지 감사할 일입니다. 그런데 건강하려면 무엇보다 잘 먹어야하잖아요. 골고루, 균��

doublejmom.tistory.com

 

사연많은 버섯은 가정보육의 장기화에 아이들에게 필요한 자극이나 활동이 없을지 열심히 찾아보던 저희집 아이템 요정님, JJDAD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저야, 집에 계신 투아들 육아로 더이상 양육하고 싶은 대상이 없기도 했거니와, 대단한 마이너스의 손을 소유해서 집으로 데리고 오는 식물들은 모두 죽여보내는 것으로 유명하기에 또 다른 희생양을 만들고 싶지 않아 처음엔 그리 반갑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런데 문득 식물을 보살피고, 결과물을 눈으로 보고 느끼는 것이 성취감을 맛보고, 경험으로 배우는 것이 효율적인 아들들의 특징에 잘 맞아떨어지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이너스의 손을 가진 저는 구경만 해야겠다는 심산으로 업혀온 분이, 사연 많은 버섯님 되시겠습니다.

 

 

흔히 택배가 집으로 도착하면 박스 패키징을 풀고 버리는 것이 수순이지요? 저도 물론 그렇습니다. 하여 저 박스 패키징을 버릴 뻔 했는데, 그랬다간 버섯을 키울 수 없을 뻔 했더라구요. 

 

 

외부 패키징 안에는 위 사진에서처럼 슬라이딩 형태의 내부 박스가 존재합니다. 그 안에는 버섯이 뿌리내릴 나무 한 토막이 들어있습니다. 버섯은 우리 몸에 유익한 특정 균의 집합체이지요. 그래서 언뜻보면 잘 알아보기 힘들긴 하지만, 버섯이 성장할 수 있는 기초작업이 다 되어 있는 나무의 일부를 꼼꼼하게 2중 패키징을 해서 넣어놓았더라구요. 뽁뽁이 비닐은 겉포장이고, 내부에 비밀포장이 한겹 더 되어 있는데, 나무 표면의 버섯배지가 떨어지지 않게 조심히 떼어내야하지만 내부비닐의 접착성이 너무 우수해서 다소 걱정스럽긴 했습니다.

 

 

습하고 어두운 환경에서 자라는 버섯은 좀 전에 말씀드렸던 겉박스가 집 같은 존재였습니다. 겉박스가 버섯이 자랄 수 있는 적당한 환경을 큰 변화없이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하더라구요. 포장을 뜯고 이렇게 버릴 물건이 없었던 적도 아주 드물었던 경험이었습니다.

뽁뽁이 비닐도 깨알같이 박스 밑바닥에 깔아주고, 온습도계와 스프레이용기가 담겨있던 플라스틱 받침은 나무토막 밑에 받혀둡니다. 나무에 물을 주면 물이 떨어지는데, 플라스틱 용기가 그 물을 담고 있으면서 박스 내부의 습도를 유지시켜주는 역할을 해줍니다.

혹시나 좀 전에 비닐 뜯어낼 때 다친 아이(?!)들이 있을까 얼른 수분공급부터 해주는데, 투아들들의 경쟁이 아주 치열했습니다.

 

 

겉박스를 버릴 수 없는 또다른 이유는, 버섯을 키우면서 틈틈이 참고할 수 있는 자세한 설명이 있습니다. 지금도 포스팅하면서 다시 읽어보니 버섯을 손보러 가야할 이유가 생겼습니다.

설명서에도 버섯은 1~2회 수확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는데 처음엔 '설마' 했습니다. 자칭, 타칭 식물계의 저승사자인 저는 일단 뒤로 물러서고, 주로 JJDAD와 아이들이 주로 버섯을 돌봐온지 2주정도가 지났을까요.

 

뚱이 표정 = 내 표정

 

 

마켓 식품코너에서 볼법한 버섯이 떡하니 자라있었습니다.

아이들, 특히 첫째아이의 흥분은 가히 유럽 프리미어 축구경기의 1열 관람석과 맞먹더군요. 그래서 저 버섯을 식재료로 써도 될지 물어보는데 굉장히 조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걱정이 무색할만큼 먹는 것에는 엄격한 룰이 있는지 일말의 고민도 없이 수확해서 건내줍니다. "엄마! 볶음밥에 넣어!" 라면서요.

애지중지 길러온 버섯을 단번에 수확해 엄마에게 건내주던 첫째아들에게서는 쿨내가 진동했었습니다만, 버섯을 키우고 수확했던 것에 대한 경험과 기억은 꽤 오래 되짚고 있는 중입니다.

이로써 확실해진 것은, JJMOM은 식물계의 저승사자가 맞았고, 오늘도 아이들은 한뼘씩,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이 자라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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